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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엄지 (擘)

  • gwachaeso
  • 3월 19일
  • 2분 분량

<주술회전>

내 엄지손가락의 스쿠나. 친구에게 선물한 단문



어느 날 이타도리 유지는 엄지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제 엄지를 향해 내렸다. 나머지 네 손가락은 말아쥐어 손바닥으로 숨기고 엄지만 추어올려 들여다보는데, 칼에 베인 것처럼 실금이 난 것이 이타도리 유지의 생각으론 도통 언제 베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흔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이타도리 유지는 그 사실을 잊었다. 본래 이러한 상처의 수복은 사람이 진정 거기서 눈을 뗐을 때 이뤄지는 법이라서, 이타도리 유지 역시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 실금에서 눈을 돌리고 이내 관심마저 거뒀다. 이타도리 유지가 그 실금에 다시 눈길을 주는 어느 날은 수일이 지난 후에야 그에게 왔다. 실금이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톱니 같은 작은 무언가가 빼곡히 돋아나 있었다. 이타도리 유지가 검지를 이용해 그 틈을 벌렸을 때였다. 붉은 속살이 드러났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그보단, 다른 살을 떠올리게 했다. 입 속 살 같은…… 붉은 입천장 같은. 그렇게 생각하니 톱니 역시 연상되는 다른 것이 있었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타도리였기에 제 머릿속에 뿌리내린 생각에 동의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테라토마라는 게 있다는 것 정도는 친구들이 떠들어대는 괴담 등의 이야기로 알고는 있으나, 이처럼 피부 표면에서도 발견되는 종양인지는 알지 못하는 이타도리 유지였다. 그보다는, 역시 그러했다. 종양이 아닐 수 없겠다. 피부과에 가야 하려나? 그러나 이타도리 유지는 그 생각을 끝으로 다시금 제 손가락의 문제를 잊고 말았다. 더 벌어지지도, 아프지도, 제게 입을 벌려 속달대지도 않으니까. 잊기는 쉬웠다. 잊기야 쉬웠다.


그렇지만 손가락이 그에게 말을 걸 때는 아무리 그라도 잊지 못할 것이다.


손가락이 처음 그에게 말을 꺼냈을 때 그에게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손가락 정도라면 괜찮을 성싶었나? 어처구니없는 꿈도 다 꾸는구나. 애송이. 내주지 않을 거면 깨어나기라도 해라. 이런 꿈은 하품도 나오지 않는구나.


이타도리 유지는 벌어진 엄지가 떠들어대는 것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외면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가위가 필요할 것 같아서, 그것을 찾기 위해서.


이 꿈은 이타도리 유지의 꿈이다. 다른 주인공은 원하지 않으니 별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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