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號)
- gwachaeso
- 3월 19일
- 1분 분량
<주술회전>
스쿠나의 이름에 관한 단문
‘스쿠나’는 생전 그 외양과 능력이 양면 스쿠나와 닮았다는 이름으로 붙여진 별칭이나, 그것이 제법 본인의 마음에 들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딱히 부인하거나 정정하지 않은 고로 추후엔 정말로 그 자신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강생 이전을 전생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전생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후생까지 그를 향한 뒤틀린 애욕을 숨기지 않는 요로즈도 그를 스쿠나라고 불렀으니 스쿠나는 제 본명을 제법 잘 숨겼다고도 할 수 있었다. 요로즈의 성격상 스쿠나의 이름을(그러니까 본명을) 알았더라도 제삼자에게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을 터나, 둘만이 있는 장소에서는 밀어처럼 속삭이고도 남을 성정이었기에 요로즈 역시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아마 그러하리다.
그는 왜 이름을 감췄을까? 그 진의야 기록된 바 없으니 추측만이 가능할 따름이지만 주술사의 상식에 그것이 그리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행동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예부터 이름이란 주술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도구, 수단, 대상을 특정 짓는 표지였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했으며, 그러니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이름을 숨기는 과거의 주술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쿠나도 이러한 이유로 제 이름이 가려지게 두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난폭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정상 타인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으나, 바로잡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저 내버려둔다면 또 이해할 수 있는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스쿠나의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스쿠나’란 태풍의 이름과도 같았다.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태풍은 제게 어떤 이름이 붙든 신경 쓰지 않는다. 태풍의 이름을 두려움에 떨며 발음하는 자는 그 주변과 곁을 태풍이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스쿠나의 이름 역시 스쿠나의 이름으로 무엇을 행하는지가 논점이며 중심이며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쿠나의 이름으로 스쿠나는 무엇을 했는가. 재앙은 무엇을 했는가?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재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