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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wachaeso
- 3월 20일
- 3분 분량
<내스급>
리에트와 노아의 첫 만남 이야기 날조
연재 도중에 작성했던 글
가르는 것, 베어내는 것. 쉽다. 잘라내기, 뜯어버리기, 산산조각으로 찢어버리기. 하나도 어렵지 않다. 바느질된 옷을 양손으로 붙잡아 솔기를 뜯어버리듯이, 이어져 있던 것들을 끊어내어 하나를 둘로 만드는 것은 리에트에게 무척이나 손쉽고 재미있는 행동이었다. 아마 무언갈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럴 것 같다. 리에트는 그것들을 좋아했다.
리에트는 부모가 자신에게 정을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이, 그녀의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알아차렸다. 유감은 없었다. 정이란 사람 간의 연결이었다. 정을 ‘붙인다’라는 것은 리에트의 본질과 상반되는 개념이니, 그녀보다 강했으면 모를까 턱없이 약한 부모가 거부감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정을 붙이지 않는 게 아니라 붙이지 못한 것이겠지. 그녀 역시 저를 낳고 기른 부모에게 육친의 정을 느끼지 못했으니, 본디 그렇게 태어난 원맥자이기도 하거니와 그녀가 가진 근원의 특성이 특성인지라 배 아파 낳은 자식이 분명한데도 그들은 한데 어우러질 수 없었고, 보통 이런 관계는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기 쉽기도 했다.
사회의 보호망이 존재하였기에 그들은 리에트를 양육했고, 리에트 역시 그들이 저의 생존에 필요한 존재임을 인지했다. 그들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은 리에트의 부모였고 리에트의 소유물이었다. 이러한 순간 태어난 동생은, 그녀의 생존에 가히 위협이 되는, 현재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리에트의 부모를, 그들의 보호를 빼앗아 갈 경쟁자. 더불어 자신을 그들에게서 끊어낼 것이라는 사실이, 근원에 더욱더 가까운 존재의 특징인지 주체는 항상 자신이어야 하는 강박감이, 그들의 관계를 끊는 행위의 주체가 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상기시켰다. 자르더라도, 끊어내더라도 그건 자신이어야 했다. 리에트의 안쪽 가장 깊숙이 위치한 본질의 특성은 그녀가 주권을 되찾기를, 방해자를 배척하길 강력하게 주장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거부감이 밀려 들어왔다. 그런 감정을 제하더라도 리에트는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 여겼다. 그것이 자신의 동생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본디 리에트는 자르는 자였다. 정확히는 잘라낸다는 행위의 본질에 가까운 존재였다. 불이 모든 것을 태우듯, 벼락이 강한 전위차로 내리꽂히듯, 초승달이 차오르듯……. 근원 자체의 특성에 힘입어 그녀는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자유로워야 했다. 모두가 리에트의 행위를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방심한 부모가 그것을 리에트에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네 동생이다.’
나무 요람에 누워 있는 작은 아기였다. 꼬물거리면서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리디여린 약하디약한 그녀의 경쟁자‘였던’ 것이었다. 의외로 예뻐 보이는 아기는 아직 팔다리를 잘 가누지 못해 이불에 잘 싸매어 잠들어 있었다. 리에트는 잠든 그것을, 아기를, 동생을 내려다보았다. 내 동생.
내 것.
리에트의 단절은 자신과 자신과는 다른 것의 연결을 갈라내는 데 있었다. 그렇기에 부모와도 정을 쌓지 못한 그녀였다. 그러나 리에트는 저것을 죽여야 하지 않냐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저것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세운 모든 계획을 철회했다. 당황한 부모도 신경 쓰지 않고 리에트는 아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길 멈추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것이었다. 요람에 누워 있는 어린 생명은 리에트의 것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가져야만 했다. 지금껏 무언가를 가지는 데 허락을 구한 적이 없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가져야 했던 리에트였고, 게다가 지금은 그녀의 부모가 그녀에게 직접 말하기까지 했다. 네 동생이라고, 리에트의 것이라고.
내 거야.
내 동생.
리에트가 동생을 가지자 부모는 그들을 함께 버렸다. 그들의 생각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그들 또한 리에트의 것이었으나 리에트는 그들을 굳이 쫓지 않았다. 자신에겐 아직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리했다. 그치만 내 동생은 너무 어려서 내가 보호하지 않으면 위험한걸. 그것은, 그 아이는, 자르고 가르고 단절하는 것이 본질인 그녀가 처음으로, 스스로 맺은 연결이었다.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기보다 소유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소유물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으며, 관심이 사그라지면 리에트 스스로 얼마든지 끊어낼 수 있는 관계였음에도 그러했다. 애초에 무언가에 매이고 책임진다는 것은 본질에 반하는 행위이니 짧은 유희 거리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컸으나, 부모가 떠난 빈집에서 리에트는 잠든 동생에게 속삭였다. 내 거니까, 죽이지 않고, 죽지 않게 잘 지켜줄게. 그니까 페블, 강해져야 해. 나랑 놀아줘야 해. 알았지?
아이는 요람을 천천히 흔들었다. 처음 닿는 손길은 분명 조심스러웠음을, 아기가 기억하진 못한다고 하여도. 부드러운 움직임에 아기는 오래도록 단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