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Stop me now!
- gwachaeso
- 7일 전
- 3분 분량
<WT>
리퀘스트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보더 방위 임무는 계속된다. 게이트를 넘어오는 네이버―트리온 병사들은 이쪽의 날씨 정보 따윈 전혀 알지 못한 채 도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도 넘어오는 순간 아뿔싸 했을지도 모르지만 넘어왔으면 이미 끝난 것이다. 트리온 수치가 높은 인간을 우선으로 추격하여 납치하게 되어 있는 그들 안에 내장된 프로그램의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날씨가 어떻든 그딴 건 전혀 신경 쓰지 말고 할 일이나 계속하라는 명령어가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망할 명령어…… 그렇다면 그들을 재빠르게 쳐부숴 버리는 것이 불쌍하기 그지없는(실제로 불쌍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들에게도 도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불쌍한 인생…… 은 아니고 기생, 더는 이 땅에 기생하지 못하도록 뿌리 뽑고 쳐부숴 주마……. 철퍽, 하고 바람을 타고 날아온 젖은 플라타너스잎에 정면으로 얼굴을 얻어맞은 스와 코타로가 씩씩 대며 잎을 치웠다. 왜 하필 이런 날에 우리 부대가 방위 임무에 나서야 하느냔 말이야! 카자마 부대가 아니고! 하지만 그렇다고 방위 임무의 중요성을 모를 사람은 아니기도 해서, 스와 코타로란 사람은, 눈 뜨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트리온 병사들을 조준한다. 오늘따라 수도 많아요, 왜!?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정말 딱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래도 트리온 전투체라 임무를 다하고 집에 돌아갔을 때 감기 걸릴 일은 없을 거라는 것, 그 점 하나뿐일 것이다. 나머지는 최악밖에 없었다. 최악, 그리고 차악, 그다음은 뭐라 부르면 좋은지. 알 수 없지만 스와 코타로는 마지막 하나 남은 트리온 병사를 마주하며 하하 웃었다. 기뻐서 웃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기쁘기는 하였다. 이놈만 잡으면 임무 종료다. 이놈만 잡으면! 자동차만 한 크기의 모르모드가 스와 코타로의 앞을 가로막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것의 앞을 스와 코타로가 가로막은 것이다. 어딜 가! 못 가! 얌전히 끝내자!
그리고 그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왓, 스와 씨! 트리온 전투체로도 버티기 힘든 말도 안 되는 바람에 스와 코타로는 급한 대로 바로 옆 전봇대를 끌어안았다. 트리온 병사고 뭐고 지금은 날아가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트리온 병사를 앞에 두고 경계를 완전히 늦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기에 간신히 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모르모드가 날고 있었다.
하늘로.
훨훨.
날아서.
I can believe I can fly…….
“헐.”
스와 코타로의 입에서 담배인지 사탕인지 모르게 조제된 막대가 떨어지고 그것을 멀리서 보고 있던 츠츠미 다이치, 사사모리 히사토, 오사노 루이의 입에서도 대장과 그다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르모드의 크기는 자동차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 육중한 몸체를 바람에 맡기고 떠올라버렸다. 말이…… 돼……? 한동안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으니 한순간은 아무도 입을 열 생각을 못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것은 정말 순간이었다. 곧 그들의 눈에 그것이 경계 구역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보였으니까. 이 빗속에서, 다행인 것은 정말로 이런 빗속인 탓에, 미카도시 전역에 태풍 경보가 내려진 덕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시민은 많지 않으리란 점이었고, 다행이지 않은 것은 그 빗속에서, 태풍 경보 속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보더 대원은 그러든 말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신경 쓰지 말고 할 일이나 계속하라는 명령어는 트리온 병사가 아니라 그들 안에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모드가 풍선이야!? 우산 든 꼬맹이냐고!”
모르모드를 쫓아 지붕을 달리며 스와 코타로는 급하게 모르모드가 날아간 방향에서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또 다른 부대에 무전을 넣었다. 스와 씨? 방금……. 봤지? 잡아, 아라시야마! 와중에 뒤에선 사사모리 히사토의 무전도 들려왔다. 스와 씨! 발밑! 발밑? 그 말을 들은 스와 코타로가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지붕이 끝나 있었다. 다음 지붕은 저 멀리 있었다. 아, 못 해 먹겠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기 위해 허우적댔지만 살아있는 것은 모두 추락한다는 법칙에 따라 지붕 아래로 추락하는 스와 코타로였다.
쿵!
「괜찮으세요!?」
“괜찮으니까 계속 쫓아!”
본디 이렇게 거리를 벌리며 도주하는(트리온 병사도 원치 않은 도주였을지라도) 적을 쫓아 처리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지만, 스나이퍼가 있다면 대체로 문제없는 편이었다. 그리고 A급 5위 아라시야마 부대에는 자랑스럽게도 그 실력을 자랑하는 스나이퍼가 있었다. 트윈 스나이퍼, 사토리 켄! 하지만 이런 날씨에서는 스나이퍼도 목표물을 제대로 조준하기 어렵다. 특히 경계 구역을 넘어갔다면 더더욱……. 조준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이글렛들과 함께 바람에 날아갈 것 같다고 소리치는 사토리 켄의 비명을 뒤로하고, 뒷일을 부탁한다는 스와 부대의 바람을 등에 지고 달려 나간 나머지 아라시야마 부대는 마침내 모르모드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어느 골목 담벼락을 부순 뒤 거꾸로 뒤집힌 모르모드를……. 바동바동하는 것이 상당히 징그럽지만 그런 그를 쫓아 달리느라 얼굴에 찰싹 달라붙은 머리칼을 떼어낼 생각 따위 포기한 키토라 아이가 스콜피온을 들고 그것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얼토당토않은 날씨에 방위 임무를 수행한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다. 스와 부대가 겪은 만큼의 고생이 아라시야마 부대에도 함께했다는 뜻이다. 저것만 없애면 끝이지만. 퇴근이었다. 집에 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콜피온을 휘두르려던 키토라 아이였지만 철퍽, 하고 바람을 타고 날아온 플라타너스잎이 정면으로 그 얼굴을 때리고 말았다. 잠시, 대장인 아라시야마 쥰의 배려로 상부에 제출될 보고서에는 결코 오르지 않을 비명과 고함과 난도질이 모르모드에게 대표로 하사되었고, 오늘의 추격극을 일으킨 모르모드는 그것을 끝으로 그다지 불쌍하지 않고 안쓰럽지도 않은 기생을 마무리 지었다. 쳐부숴지는 것으로.
부서진 담벼락은 상층부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다음 방위 임무 때는 꼭 태풍 없는 날이길 바라며.
두 부대는 비바람 속에서 주먹을 맞댄 뒤 본부로 돌아갔다.
“시프트 이거 카자마 그 자식이 짰지! 그 자식이 짠 거 맞지!”
“스와 씨, 거기 모르모드 하나 더 날아가요!”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보더 방위 임무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