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범람의 밤 [SAMPLE]
- gwachaeso
- 3월 18일
- 7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19일
드라마 <괴물>
엔딩 이후 실종된 이동식과 한주원의 악몽 이야기
방호철이 사라졌을 때, 만양의 더러는 놀라고 더러는 놀라지 않았다. 사람들이 놀라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방호철이 집에서 뛰쳐나간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든 반복하여 발생할수록 충격은 반감된다. 방호철의 막내딸 방주선을 죽인 범인이 20년 만에 체포되어도 그의 방문엔 여전히 쇠 걸쇠가 단단히 걸려 있으니, 악을 징벌하고 선을 이루어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은 오산일 수밖에 없다. 제자리란 어디인가? 노인의 딸은 22년 전 싸늘한 주검으로 갈대밭에서 발견되었고, 술로 시름을 달래던 노인은 어느 날 덜컥 인지증 진단을 받기 전부터 끝없는 슬픔을 토해낼 곳이 마땅치 않으면 갈대밭을 찾았다. 범인이 잡히고 또 죽었으니 방호철의 지옥은 끝났는가? 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았으나 다시 잊었다. 이는 노인의 병 탓이기도 하니, 사람을 바꾸어 다시 말해보자. 범인이 죽고, 생사를 알 수 없던 어머니 또한 찾아내 10년 만에 장사 지낸 유재이의 지옥은 사라졌는가? 이동식의 지옥은 어떻게 되었는가. 지옥을 도려낸 자리엔 무엇이 남았나. 일찍이 한주원은 지옥엔 제가 가겠다고, 이동식 당신은 더는 안 된다고 그를 말린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이동식의 피와 살이 된 지옥을 들여다보면, 이동식 자신조차 제가 지옥에 떨어진 건지 지옥과 한 몸이 된 건지 도통 구분하기 어렵다. 무정형의 악몽이 내어간 자리엔 무엇이 자라는가. 무엇이라도 자랄 순 있는가? 지옥을 도려낸 자리에 다시 생살이 돋는 날은 요원한 것 같다. 생살을 뜯어냈던 자리엔 이제 피도 흐르지 않고, 가시를 발라냈던 자리엔 구멍만 숭숭 남아 바람이 들락거린다. 뼈가 파고들었던 자리 곁은 피로 인해 갈변된 육이 영을 도톰히 감싸고 있다. 썩은 부분을 베어냈으나 회복은 장담하기 어렵다.
방호철이 또 사라졌다. 손가락이 돌아오지 않은 것은 범인이 죽은 이후에도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못한 일부는 2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돌아온 일부는 22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의 안에 간직된 채다. 23년 후에도, 그가 죽을 때까지도 이는 계속 그러할 것이니, 그는 아마 자기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을, 또는 영영 돌아와 다신 떠나지 않을 것을 계속 잊을 것이다. 놀라기엔 너무나 익숙하게 미어지는 슬픔은 만양의 모두에게 익숙했다.
그러면 놀란 사람들은 무엇에 놀랐을까. 방호철이 또다시 사라졌다. 갈대밭에서. 그러니까 갈대밭에서 사라진 방호철은 갈대밭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실종된 것이다. 여느 때와 다르게.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방호철을 찾아 나선 이동식도 사라졌다.
방호철이 사라졌을 때, 그 수많은 때 중 이동식이 아직 경찰이고 한주원이 그의 파트너였을 때 이동식은 개인 전화로 실종 신고를 접수한 행위에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이동식이 진정 범인이 아니었음을 진범을 직접 체포함으로써 만양 주민에게 증명한 이후 방호철의 실종 신고는 더는 이동식의 전화로 걸려 오지 않았다. 그러니 늦은 밤, 평소라면 찾고도 남았을 시간에 방주선의 언니이자 방호철의 큰딸 방미선에게서 걸려 온 전화는 이동식에게 그의 실종을 신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다. 동식아, 미안한데 우리 영감 아직도 못 찾았대. 지훈이랑 윤 순경이 열심히 찾고 있는데 갈대밭에서 코빼기도 안 보인대.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염치없는 거 아는데 네가 그동안 우리 영감 많이 찾아 주었잖아. 내가 이번에 찾으면 꼭 요양원에 보낼게. 그러니까 동식아. 울먹이는 목소리에 체념이 섞이지 않았을 리 없다. 평생을 철없다, 철없다 탓하면서도, 밉다, 밉다 하면서도 미워하진 못했던, 사랑했던 동생을 어느 날 갑자기 잃은 언니이자, 죽은 딸을 찾아 헤매는 노인의 병시중을 들어야 했던 사람. 방미선. 제 어머니 병시중마저 다른 이에게 맡기고 만양 밖을 돌아야 했던 남자는 힘겹게 평생을 산 그를 충분히 이해한다. 더 말씀 안 하셔도 돼요, 누나. 저도 가서 찾아볼게요. 이동식은 손전등을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시각은 벌써 오후 11시. 해거름 늘어졌던 저녁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시커멓게 먹칠 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동식은 오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훈아. 할배 또 안 보인다며. 갈대밭에 있지, 너 지금. 이동식은 직접 차를 몰아 갈대밭에 주차한 뒤 내려섰다. 할배! 할배, 어딨어요! 메아리치는 오지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수풀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아이고, 아버지. 집에 갑시다! 오지훈도 멀리서 이동식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뒤 예고 없이 돌풍이 불어닥쳤다. 오지훈은 만양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바리한 신참 윤 순경이 주춤대는 걸 보고 목깃을 잡아 수풀 밖으로 끌어냈다. 뺨 맞을 일 있어요? 거기서 주춤대면 큰일 나지! 제 파트너가 혼을 냈던 것처럼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낼 시간이 부족한 건 두 사람 모두에게 다행이었다. 그들은 다시 갈대밭으로 들어갔고, 어느 순간 오지훈은 깨달았더랬다. 이동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동식이 형? 거기 있어? 이동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모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오지훈은 이동식이 대답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돌풍이 불 때 피해야 하는 것을 이동식이 모를 리 없으니, 잠시 목소리가 닿지 않을 만큼 먼 곳으로 몸을 피하느라, 아니, 그렇다고 해도. 동식이 형! 대답해요! 오지훈은 이동식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아버지, 집에 갑시다. 그 말을 끝으로 이동식은 실종되었다.
*
이동식이 사라지기 전. 2월엔 남상배의 기일이 있었다. 오지훈, 오지화, 황광영 등과 함께 산책로를 걷던 유재이는 혼자 서 있는 이동식을 가장 처음으로 발견하고 다가간 사람이었다. ‘한주원은?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작년, 이동식에게 형이 선고된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길래 둘이서만 조용히 대화하고 싶겠거니 싶어 부러 피해준 자리에는 이동식 혼자 덜렁 남아 있었다. 옆에 나란히 서서 걷는 유재이에 이동식이 눈짓하며 대답하기를, ‘갔어. 긴급 신고가 들어 왔대.’ 무게가 거의 실리지 않은 이동식의 목소리는 가벼웠고, 지난 1년 동안 조금씩 덜어낸 마음의 짐에 괜히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유재이였다. ‘그래?’ 한때 그의 눈에는 오랫동안 독이 고여 그의 눈을 가리고 그를 병들게 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다소 희석된 지금, 다시 앞을 응시하는 눈은 말갛게 빛이 났다. 이동식의 눈이 닿는 방향이 한주원의 동선을 가리킨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유재이도 그를 따라 그의 시선 닿는 길을 찾아 헤맸다. 보일 리 없는 걸 알면서도 아서라, 말리지 않는 그에게 얼마간의 여유를 준 후, 유재이는 오늘 그를 본 순간부터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저씨. 평소에도 이렇게 입으면 좀 좋아. 때 빼고 광내고 머리까지 커트하고. 단정하니 보기 좋잖아. 안 그래?”
거의 1년 만에 얼굴을 본 한주원은 알지 못했겠지만 이동식의 신수가 훤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돌아오는 남상배의 기일엔 그래도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신경을 썼더니 유재이의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봐서 목적한 바를 이루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다만 이동식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능청스럽게 ‘그런가?’ 대꾸하며 빠져나가려고 했고, 미꾸라지 같은 그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어 멈춰 세우는 자가 있으니, 그들의 뒤에서 고개를 쑥 내민 오지화였다.
“그래. 앞으로 이렇게 좀 다녀라, 이똥식. 그래야 백수 티가 덜 나지.”
이제 백수는 아니라는 항변을 흘려 넘기는 오지화는 앞서 이동식에게 2년 동안은 제 눈에서 벗어날 생각일랑 집어치우라고 단단히 으른 바 있었다. 아직 1년은 꼬박 남은 유예 기간 동안 오지화와의 약속을 어길 이유가 따로 없는 이동식은 ‘예, 예. 알겠습니다. 오지화 경위님.’하고 까불거리다 무릎 뒤를 발로 까여 넘어질 듯 휘청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발 빠른 유재이는 소리 내서 웃다 불똥이 튈까 걱정된다는 사유로 앞서 나가고, 오지화와 산책로에 둘이 남은 때,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오지화였다. ‘이동식.’ ‘왜.’ ‘나 좀, 오글거리는 소리 좀 해도 되냐.’ ‘뭔데 그래?’ 필요하지도 않은 허락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 보통 낯간지러운 말은 아니리라 이동식은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그러다 낯간지러운 말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같은 쓰잘머리 없는 고민에 빠진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리의 감성을 별것 아닌 낯간지러운 것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간지러운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최초에 이를 면박 준 자는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하리라. 그렇다고 찾아 나서서 문책할 것까지는 아닌, 지극히 평화로운 고민이었다.
“나는 네가 남아 있어서 좋다.”
그리고 평화로운 고민을 끝맺는 문장 역시 평화롭다. 그 말에 이동식은 떠나려거든 병원에 입원할 각오를 하라고 윽박지르던 과거는 잊었느냐고 말하지 않았다. 픽 웃고는, 설죽은 자신의 몸을, 팔과 다리를 움직여 이전과 다름없이 걸을 뿐이었다.
“남긴 뭐가 남아. 남은 거 없어. 그냥 사는 거지.”
“그래, 그냥 사는 걸로 좋다, 그럼.”
“뜬구름 잡는 소리 하기는.”
그러나 오지화가 자신의 진심을 정확하게 표현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원래 이런 날 감상적인 대사도 툭 내뱉고 하는 거야, 인마.’ 하고 멋쩍게 덧붙이는 그에게 괜히 더 깐죽거려 면구스럽게 만들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유재이가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는 타이밍이 참으로 좋았다. ‘아저씨, 언니! 빨리 와. 황 경감님이 아이스크림 사신대.’ 옆에서 황광영의 다소 퉁명스러운, 그러나 악의는 전혀 없는 목소리가 따라 들렸다. ‘꼭 이럴 때만 경감님이라고 불러.’ ‘왜요, 황광영 경감님. 아저씨가 좋으면 아저씨라고 부르고.’ 됐다며 손을 젓는 그 옆에 오지훈, 강도수, 임선녀도 함께 있는 걸 보니 나머지 사람들은 그새 한 바퀴를 다 돌고 돌아오는 길인 듯했다. 이동식과 오지화만 합류하면 다 모이는 셈이다.
“가자.”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8월에 와서, 오지화는 여전히 누가 먼저 가자고 말을 하고 그들을 향해 발을 떼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으니까. 오지화는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검색했다. ‘오지화 경위입니다. 혹시 지금 통화 괜찮습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다. 살아서 떠났든, 죽어서 떠났든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도 이젠 많지 않았다. 그 가운데 나는 네가 떠나서 좋았고, 싫었고, 돌아와서 좋았고, 싫었고, 남아서 좋았다. 자신이 닦아세우든 진정 떠나려고 했다면 잡지 못했을 그가 순순히 남아줘서 좋았으니, 이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성을 마친 메시지를 빠르게 훑은 오지화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동식의 실종 소식을 들은 한주원이 설령 당장 시간을 내어 만양으로 가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일과를 팽개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지화의 연락을 받은 날의 이튿날 한주원은 비번이었고, 한주원은 새벽같이 만양에 도착하여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부랴부랴 왔다고 말하기엔 이 일로 미룬 일과와 소홀히 한 업무가 없고, 강원도에서 3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온 것을 보면 이전처럼 정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종 사흘째. 갈대밭을 뒤지는 건 의미가 없어 수색 반경이 넓어졌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방호철과 그를 쫓던 이동식이 사고를 당해 조난된 것이다. 따라서 경찰 인력은 인근의 심주산을 수색하고 있었다. 심주산이 산세가 험한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은 산. 게다가 며칠 전 쏟아진 폭우에 수색은 더뎠다. 심주산 어귀로 이동하는 방호철과 이동식의 모습이 잡힌 CCTV도 없어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심주산으로 이동했다면 실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
‘산으로 간 적, 없진 않지. 주로 갈대밭에 가 있었지만 주선이 찾으러 온 마을 헤매고 다녔던 건 다 알잖아.’ 심주산은 이곳 사람들에게 그냥 산이라고 불릴 때가 많은 산이었다. 잠깐 산에 갔다 올게, 하면 십중팔구 심주산을 가리키기에 심주산을 한 번도 등산하지 않은 만양 주민은 드물었다. 애들부터 어른까지, 요즘에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느라 바쁘지만 그마저도 젊은 인구가 적은 만양에선 적은 편이었다. 옛날에도 컴퓨터와 오락기 앞에 달라붙어 있긴 마찬가지였지만, 머리 좀 큰 애들은 그러고 놀아도 그들에게 자리를 뺏긴 어린애들은 산으로 들로 나가 뛰어놀 수밖에 없었다. 산에 갔다가, 갈대밭에 갔다가 하면서. ‘주선이도 그랬어. 커서는 사고 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어릴 땐 다 똑같았지. 뭐, 그때도 늦게까지 집 안 들어오는 건 똑같아서, 아버지가 맨날 걔 찾아서 뛰어다녔지만 말야.’
“방호철 씨가 특별히 머물렀던 장소가 있습니까. 심주산에.”
안 간 지 몇십 년이나 돼서 나도 어딘지는 몰라. 주선이랑 나랑 어릴 때 놀았던 곳이 있긴 했어. 아버지가 거기서 우리를 찾아내신 적도 있었지. 어쩌면 거길 찾아가셨는지도 모르지만, 근데 거긴 동식이 걔도 모를걸. 나랑 주선이, 둘끼리 놀았을 때 갔던 곳이니까.
“방호철 씨를 찾아다니면서 알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계속 수색해 보도록 하죠.”
한주원은 갈대밭에서 진흙투성이가 되었던 날을 회상했다. 이런 일에선 흙투성이가 되어 구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1년여간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 뛰어다녀 잘 알았다. 그렇지만 당신이 사라질 줄은 몰랐다. 이동식이 범인임을 확신하고 그를 압박했을 때도 그가 어느 순간 훌쩍 도주할 것을 대비하여 그의 집을 면밀히 감시한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그때도 이런 식으로 사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당신이 이렇게 사라질지. 한주원은 제가 찾은, 찾지 못한, 영영 돌아온,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회상했다. 이렇게는 안 된다. 그건 한주원뿐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정서일 것이다. 이동식을 이렇게 사라지게 둘 수는 없다. 한주원의 악몽은 이미 만선이었다. 바닷바람에 짠기 가득한 소금 기둥으로 굳어가는 꿈에, 이 탁 트인 듯하면서도 갑갑히 싸인 나무들의 향, 고요하게 숨을 삼키는 그들의 숨을 실을 수는 없다. 그건 버겁다. 무겁다. 한주원에겐 그만한 무게다. 당신은.
한주원이 만양에 내려왔을 때 이동식은 없었다. 실종 사흘째. 방호철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