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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몽중설몽 上

  • gwachaeso
  • 3월 21일
  • 5분 분량

<WT>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힌 구 아즈마 부대



끝 보이지 않게 검은 총구는 긴 원통형의 총신이 지필 불을 뿜어낼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 들이밀어진 탓에 초점을 잃은 눈은 어지러이 굴러가다 결국 질끈 감기고 말았는데, 그 가운데 자리한 뇌만이 생각을 거듭했더랬다. 니노미야는 조금 전 제가 본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무얼까, 그가 본 것은? 총구, 총신, 그리고 그걸 쥔 손, 팔을 따라가면 보이는 얼굴까지. 어지러움 속에서도 놓치지 않은 단서, 정보는 혼잡하기 그지없으나 수집은 당신이 가르친 지식 중, 기본 중 기본이었다. 그리하여 다시금 눈을 뜨면……. 아,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다. 왜? 어째서? 결국 묻는다.


"아즈마 씨. 왜 제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겁니까?"


그러자 미수로 그치고 만 자신의 범행보다 의식을 찾은 니노미야에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내는 당신이다.


"아이고, 잠든 사이에 끝내려고 했는데."


그 목소리는 꼭 소파에서 잠든 우리에게 담요를 덮어주려다 깨우고 말았다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지극히 평화롭고 지극히 일상적이다. 그러니 더욱이. 왜? 어째서? 어째서, 왜?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새삼 위화감을 느낄 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부자연 가운데 있었고, 검지만 어둡지 않은 세상이란 개념은 오로지 이곳에만 존재했다. 니노미야는 자신이 지금 바닥에 주저앉아 있지만, 바닥과 벽, 천장의 경계 또는 이음새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 그가 이곳에서 확신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당신조차도. 그래야 마땅하나 니노미야는 그러는 대신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으음, 설명해 주는 게 나으려나."

"아즈마 씨."


그래야만 한다. 그래 주어야 한다. 그제야 니노미야를 겨누던 총구를 내린 아즈마가 니노미야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잠깐 걸을까? 보이는 것은, 둘러볼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거절했다간 그가 당장 방아쇠를 당길 것을 알았기에 거부란 선택지는 없었다. 니노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해 주십시오.”

“나도 추측할 뿐이지만 말이야…….”


검으면서도 어둡지는 않고 시야가 흐리지도 않는 세상을 걸으며 당신이 말했다.


“역시 꿈이지 않을까?”


반문하지 않았다.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노미야는 끝 보이지 않게 검은 총구와 마주한 순간에 이미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을 가능성을 점쳤고, 그렇다면 이 꿈은 그의 통제를 벗어난 자각몽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자신’이란 제어할 수 없는 무의식에 갇힌 의식일 것이고, 눈앞의 아즈마 역시 니노미야의 무의식이 기억의 파편을 기조 삼아 만들어낸 형상일 것이나, 그게 당연할 것이나, 마치 자신의 꿈속에 니노미야가 ‘끼어들어 왔다’는 듯이 표현하는 자신의 자의식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니노미야는 자신의 진의를 도통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꿈이 아니라면 두 사람 모두 각각의, 실존하는 인간이며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혔다는 의미가 될 것이므로.


어느 쪽이 참인가?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나 이다음으로, 이와 버금가는 질문으로는 ‘상대방 역시 이를 참으로 여기고 있는가?’……를 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니노미야 자신의 꿈이라면 상관없었다. 꿈속의 아즈마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꿈, 즉 허상이고 허상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 역시 허깨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었다. 꿈이 아닌데도, 상대가 이를 꿈으로 여긴다면 그것만큼 중차대한 문제가 따로 없었다. 방금, 보지 않았나. 조금 전, 그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역시 꿈이지 않을까? 아즈마 씨, 왜 제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겁니까? 아이고, 잠든 사이에 끝내려고 했는데.


“꿈이면, 죽여도 됩니까?”

“내 꿈이면 안 될 이유가 없지.”

“꿈이 아니면요. 아즈마 씨는 살인자가 되는 겁니다.”

“하하.”


웃을만한 질문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웃는 까닭은 그가 이 일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이미 이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대담의 끝에서 자신이 죽을 것을 확신한 니노미야는 순간 오싹해하며 몸을 움찔 떨었으나 그가 눈치채지 못했길 바랄 뿐이었다. 아니,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까. 그는 이미 니노미야가 던진 질문으로 니노미야의 경계심을 눈치챘다. 니노미야. 너는.


“나를 설득하려 하는구나. 그러니 이 행동이 나한테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거지. 꿈이 아니면 내가 살인자가 된다는 게 너에게 중요할까? 정작 너는 죽게 될 텐데.”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우는 것보단 그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에겐 중요하지 않아도 아즈마 씨에겐 중요한 사실이니까요.”

“그러니 죽이지 말아달라.”

“예.”

“반대로. 니노미야, 네 꿈이라도?”

“제 꿈이라면, 죽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흔한 이야기지. 꿈에서 죽으면 깨어난다는 이야기.”


흔한 이야기였다. 이 경우 아즈마는 니노미야를 꿈에서 깨우기 위한 무의식적인 트리거가 된다. 니노미야를 죽이고자 하는 동기 역시 이해된다. ‘꿈에서 깨어나야 하니까.’ 그걸 니노미야가 ‘바라니까.’ 니노미야는 자신의 무의식이 일궈낸 공간이든 무엇이든 간에 통제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이 이공간에 계속해서 붙잡혀 있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사유로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아즈마가 자신의 무의식 중 하나, 다시 말해 자신이라면, 그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은 자신,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자신’이라 자각하고 있는 자신 역시 니노미야였다. 따라서 니노미야는 고개를 저었고, 거부했다. 설령 자신이 죽어야 이 꿈이 끝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들, 그는 아즈마에게 ‘설득’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왜, 아즈마는 자신을 설득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스스로 죽겠습니다. 아즈마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을 겁니다.”


결과는 같을지라도. 번거롭게 돌아가는 것일지라도, 관철하기로 한 결론에 타인이 정하는 가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잘라 말한 니노미야를 바라보며 아즈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걸까. 무엇을? 알 수 없었다. 니노미야는 그사이 가정이자 대전제를 덧붙이는 것 역시 잊지 않았으니, “꿈이라면 말입니다.” 꿈이라면. 이것이 죽어야 깨어나는 꿈이라면 죽음이 두려워 꿈을 지속할 생각 따위 니노미야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이 모든 것이 꿈이어야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꿈인가? 꿈이 맞는가? 안타깝게도 그것에 관해 아즈마에게 질문할 수 없는 까닭은 거짓말쟁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결국 진실은 니노미야가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아즈마가 입을 열었다. 다시.


“너는 저항하겠구나.”


그리고 발을 멈췄다. 이대로 끝나는 대담인가 하여 마른 입 속의 혀를 깨물며 그를 노려보는데, 아예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그에 그 눈이 닿는 곳으로 저도 눈을 돌렸다.


아.


니노미야에게는 아즈마를 죽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있다면 죽여도 되는가? 꿈속이라면, 안 될 이유가 없었지만, 그와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아즈마에게는 니노미야를 죽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트리온이 아니다. 저것은 피다.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카코에 니노미야가 아즈마의 멱살을 잡았다.



트리온이 아니다. 저것은 피다.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즈마에 카코는 눈을 깜박였다. 사방에서 경적이 끊이지 않고 울리는 까닭은 사정 모르는 뒤차가 그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즈마가 쓰러지며 이마로 운전대를 누른 탓에, 그 탓에 경적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는 것이다. 빠앙, 하고. 빠앙, 바로 앞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 돌진해 오던 차가 울린 경고음도 이와 같았다. 그 또한 제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이 차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걸 알아 필사적으로 고래고래 소리친 거겠지. 이제 와 그리 중요하진 않은 사실이었다. 이제 와 그리. 중요한 것은.


“아즈마 씨.”


대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번엔 그 옆에 앉은 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야. 너는 대답해야지. 내가 불렀으니까, 너는. 그러나.


“니노미야.”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앞좌석에 앉은 그들이라 뒷좌석에 앉은 저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인 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렌? 미와? 그러나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모두가 깊이 잠든 것처럼 눈을 감고, 아무도 카코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카코 자신의 눈앞도 가물거리고 있었다. 밤은 아직 먼데도. 잠드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아는데도.


아즈마 씨. 다시 한번 그를 부르지만.



트리온이 아니다. 저것은 피다.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미와를 앞에 둔 카코가 고개만을 돌려 아즈마를 보았다. 카코의 손에는 끝 보이지 않게 검은 총구를 가진 긴 원통형의 총신이 들려 있고, 그것은 앞서 스스로 지핀 불을 뿜어낸 뒤 그 여운을 가느다란 긴 연기로 뿜어내고 있었다. 총을 잡은 손은 왼손이었다. 화약 냄새가 날 손은 왼손이 되리다. 총을 잡지 않은 손은 오른손.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줄줄 흘러내리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바닥으로 이를 점점이 떨어뜨려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아즈마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을 때를 기다려 카코가 입을 열었다. 인사했다.“안녕, 아즈마 씨.”


그가 바란 대로 아즈마 역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눈은 미와를 바라보면서. 슈지, 를 부를 필요는 없었다. 이미. 늦어서. “안녕, 카코.”


그제야 웃으며 몸을 돌리는 카코였다.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레버를 당겨 탄피를 빼낸 뒤 다시 한번 장전했다. 그 정도의 동작은 한쪽 팔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겨누는 것도, 아마, 당기는 것도. 그래서, 꿈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카코, 너는. 그리 말하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다. 꿈이니까, 죽여도 되는 거니? 다시 묻자,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죽여야 하는 거예요. 대답하는 카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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