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연인을 위하여
- gwachaeso
- 3일 전
- 3분 분량
<HQ!!>
아츠카게
자장가
나고 자란 땅을 벗어나 새 땅으로 오름한 연인이 근래 통 잠을 못 이룬다는 사실을 알려왔을 때, 솔직히 그라고 마땅한 해결 방법을 가진 건 아니었고, 상대 역시 그러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불면의 원인이 누가 봐도 명백한 점이 불명인 것보단 나아 다행이었다. 어디든 나아가 새 터를 잡는 데 주저하지 않는 연인이지만, 나라가 바뀌는 정도의 환경 변화에는 그라도 적응 기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일찍이 그는 오랫동안 나고 자란 고향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새처럼 알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자신을 품은 둥지를 떠나 독립하고, 나아가 새 둥지를 짓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와 다르게 자신은 양지바른 제 땅에 마련한 굴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정이니 여느 때처럼 ‘어른스럽게’ 조언을 건네기엔 조금 무리가 따르는 실정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매일 저는 이른 아침에, 그는 자기 전 한밤중에 이뤄지는 통화에서 저와 함께하지 못한 그의 지난밤을 걱정하는 것뿐. 아이고, 오늘은 좀 잤나. 네. 오늘은, 좀. 그러나 목소리엔 가시지 않는 피로가 스며 있으니 저와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이따금씩 하품을 하는 연인이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제법 이른 시간에 전화를 걸었으니 그쪽 시간으로도 아직 잠들긴 이른 시간일진대. 남자는 걱정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당장 달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너무 먼 땅과 땅으로 갈라져 있었고, 사이엔 헤엄으로 건너기 힘든 바다와 또 대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걸어 나아갈 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의 낮과 밤까지 같지 아니하게 된 건 어쩌지 못할 현실 탓이었다. 그들의 낮은 물론이고, 그들이 함께 누이지 못하는 머리를 대신하듯 받치는 밤 역시 이에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숙면의 질마저 차이 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그 역시 저와 똑같은 열망을 가지고 오름한 걸 알기에 그의 심정을 제 것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남자는 혀를 차며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딘가, 누군지 모르는 작자에게 괜히 하소연하며 화풀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장가라도 불러줘야 하려나.”
「아츠무 씨 노래 잘하세요?」
주고받는 건 시답잖은 대화일지라도 이 작은 순간을 온전한 기쁨으로 채우지 못하는 것은 가히 비극이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연인은 ‘아직 잠들어선 안 된다’라며, 괜찮다면 이 시간에 통화를 할 수 있겠냐고 일찍이 그에게 부탁했었다. 제 목소리를 들으면 더 잠 오는 게 아니냐는 말에, ‘그럴 리가요. 아츠무 씨 두고 잠들 순 없잖아요.’라고 대답했던 토비오였지만, 슬프게도 그 뒤로 아츠무 앞에서(실제로는 앞이 아니지만) 졸다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왕왕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고, 토비오야. 폰 떨궜다. 폰!’
그러나 아츠무는 토비오가 훈련과 경기 중엔 절대 제 앞에서 하는 것 같이 행동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컨디션 조절 실패가 원인인 실수 따위 용납하지 않을 성정이다. 달리 말하면 그는 남은 집중력을 몽땅 끌어다 그 순간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고, 그 외 다른 시간엔 이치대로 더욱더 피곤해지는 루틴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그 사실에 서운함을 느낄 아츠무는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애인의 건강이었고, 불면을 제 사랑으로 어떻게 해보지 못한다는 점에선 자괴감을 조금 느낄지도 몰랐다.
「불러주세요.」
“뭐?”
이토록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니, 하고.
「지금 말고요. 이따가요.」
‘지금은 아츠무 씨 목소리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서요.’ 졸음에 겨운 목소리가 하품을 참아내는 것 같은 숨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토비오 군. 자나.’ 한참 후 다시 물었을 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 자면 안 될 텐데……. 이곳의 해는 이제 막 뜨고 있었고, 아마도 그의 연인은 두세 시간 후에 깨어나 다시 그 고생을 되풀이할 게 분명했다. 그때는 저도 일과를 시작하여 통화를 하기 어려우니,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방법도 달리 없었다. 불면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었고, 제일 처음 효과 좋다는 방법은 몽땅 끌어다 써 보냈기에 더는 이곳에서 특별히 손쓸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조만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만큼 인내심이 뛰어나진 못하다. 잠을 자지 못하는 건 당장의 고통인 동시에 후일을 좀먹는 좀벌레 같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제 사랑에겐 불편한 밤, 저에겐 그만큼 불편한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토비오가 깨어났을 땐 2시간이 지난 후였고, 그때까지도 통화는 종료되지 않았다. 지금쯤 일과를 시작했을 텐데도 이어폰으로 연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토비오가 일어날 때까지 통화를 유지했던 듯했다.
“아츠무 씨.”
「어야, 토비오야. 이제 인났나.」
“통화 끊지 그러셨어요.”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서 끄떡없다고 웃는 그는 그랬다간 저에게 다시 안 걸었을 게 아니냐고 사실을 지적했고, 실로 그러했기에 토비오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래도 번거로우셨을 텐데. 아니다. 그리고 니 내한테 부탁하지 않았나. 예?
「자장가 불러달라고.」
“진짜 불러주시게요?”
그럼 제가 한 입으로 두말할 줄 알았냐며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넘어 들어왔다. 이윽고 평소보다 목소리를 낮게 깐 그에게서 투박하지만 나름 연습했다는 걸 알 수 있는 자장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장가는 자장가답게 느리고, 따듯하고, 포근했다. 그 목소리에 달아난 잠이 돌아오는 걸 느끼며 토비오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더 잘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잠이 든다면 드는 대로 좋고,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이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마저 실패한 아츠무는 슬퍼하겠지만 슬프게도 그건 아츠무의 사정인 까닭이었다. 따라서 이와 관계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만 관계가 있는 토비오에게는 다정한 밤이 스며들고 있었다. 불면의 연인을 위하여 부르는 자장가 속에서 세상 누구보다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오미오미는 어디 갔어?”
“화장실 가셨어요. 속이 안 좋다고.”
!! 고통받는 팀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