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 gwachaeso
- 3월 19일
- 2분 분량
<주술회전>
이타도리 생일 축하 연성
10월의 마지막 밤으로부터 넉 달 하고도 스무여 일을 보내면 그 애의 생일이 왔다. 그러나 쵸소우는 무엇보다 먼저, 지금껏 동생의 생일 한 번 축하해주지 못한 형이라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침울해해야 했다. 선물은 그가 바라는 것으로 준비하여 주어야 할 텐데 쵸소우가 알기로 현재의 유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스쿠나의 죽음이었고, 켄자쿠 하나 당해내지 못하여 목숨만 겨우 부지해 낸 자신으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버금으로 바라는 것을 주어야 할 터인데, 여기서 쵸소우는 두 번째로, 그 애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형이라고 부산을 떤 지난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최악이었다.
쵸소우가 바라는 바는 아니겠으나 쵸소우의 처지를 변호할 말이라면 이타도리를 설득하고도 남을 만큼 많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였다. 쵸소우는 지금껏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줘야겠다는 생각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백오십 년을 함께 지낸 동생들은 그와 마찬가지로 탄생일을 따지기 모호한 생명들이었고, 유지 외에는 그만한 친분을 쌓은 이도 없거니와 애당초 사귀지도 못했다. 저 대신 츠쿠모가 살았다면 그는 괜찮은 어른으로서 유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을 텐데. 선물부터 축하까지 쵸소우의 머릿속은 번잡하기 그지없었더랬다. 강생체로서 이어받은(또는 기생하여 흡수해 낸) 기억들은 일반적인 생일 축하가 어떠한 것인지 쵸소우에게 분명히 일러주고 있었으나 쵸소우가 그것을 그대로 따라도 좋은지 결정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기에 그리 도움이 되었다곤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끝나기 직전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쵸소우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나, 그렇게 하여 마땅한 결과물을 손에 넣지 못한 지금 최종적으로는 다를 것도 딱히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것이 가장 최악이었기에 쵸소우는, 유지. 응? 멀찍이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동생의 이름을 불러 그를 뒤돌게 했다. 쵸소우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그 말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생일 축하한다.”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에서라면 모두와 둘러앉아 생일 파티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모조리 존재하지 않는, 동시에 함께 있는 동생들. 그들과 함께 모여 앉아 장성하려면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막냇동생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은 것이 없었다. 남은 이도, 남은 미래도 불확실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남아 있는 것은, 이토록 빈약하고 미약하고 허약한, 상투적인 인사말뿐. 생일 축하한다. 그뿐일 뿐.
그렇지만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그가 설령 흙으로 빚어내 구워낸 그릇에 불과할지라도 저와 피를 나눈 형제란 사실에 금을 내진 못하리니, 종내엔 산산이 부서질지라도 쵸소우는 그(것들)을(를) 붙여낼 다시 붙여낼 각오로 그 뒤를 지키리라, 그 옆에서 함께 싸우리라, 그 앞에서 막아내리라 결심했고 제 결의를 다시 한번 입에 담았다. 유지. 그러니까, 생일 축하한다. 진심으로. 상투적인 인사말이 마무리되었다. 진심으로.
……솔직히 말하건대 이타도리는 쵸소우가 제게 무엇을 주리라, 구체적으로는 생일을 축하해주리라…… 같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일에 생일을 축하받는 것 정도는 그의 인생이 이렇게, 이런 식으로, 주술사의 방식으로 꼬이기 전까지 익숙한 일상이었던지라 놀랄 것도, 당황할 것도, 선을 그을 일도 되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내렸던 쵸소우가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였다. 정말 간만에, 오래간만에 그를 향해 미소 짓는 유지의 얼굴을 쵸소우는 바라볼 수 있었다. “고마워.” 대답은 그게 다였지만 쵸소우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음을 굳이 말할 필요까진 없으리라. 그 짧은 대답에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이 들어있었으니 충만했음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