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아침
- gwachaeso
- 3일 전
- 3분 분량
<HQ!!>
아츠카게
휴일 아침
간만의 휴일은 눈이 부실 만큼 날이 맑았다. 이불을 세탁하면 낮 동안 물기가 마르고도 남아, 밤이 올 때쯤엔 천 사이에 머문 한낮의 볕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그는 그의 연인과 요 위에 나란히 누워 손을 맞대고 깍지를 끼는 등 가만히 있다 키득대기 좋은 장난을 주고받고,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쯤 잠이 들 것이다. 그때는 동시여도 좋고 그 애에게만 조금 일러도 좋았다. 고른 소리와 함께 비져나올 그 애의 숨으로 입술을 덥히는 데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벽에 붙인 침대의 가장자리, 그는 기꺼이 벽에 가까운 쪽을 그 애에게 양보하고 그럴 리 없어도 추락으로부터 가장자리를 지키는 역할을 자처했다. 감겨 있는 그 애의 눈꺼풀이 저로부터 돌아누워도 오르내리는 그의 어깨는 지켜볼 수 있었다. 어깨를 감은 팔을 조금 비틀어 손을 그 애의 얼굴 위로 뻗었다. 인중의 솜털 위로 검지를 허공에 띄웠다. 그러고선 그 애의 몸을 통과하는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타고 비상하고 활강하는 가장 생기 있는 순간을 연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평소와 다르게 하늘보단 물가, 물살을 유유히 헤치는 지느러미의 그림자를 엿보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수면에 손을 얹은 것 같은 고요함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 애가 눈을 뜰 때까지.
햇빛에 젖어 저를 향해 돌아눕는 그가 손을 마주 뻗었다. 그는 기꺼이 그 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잘 잤나.”
그는 왼손으로 그 애의 오른손을 받들었다. 마디 끝에 입을 맞추면 그 애는 잠시 멍하니 있다 왼손을 뻗어 이마 위로 늘어뜨려진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시선 가까이에 결코 무르거나 마냥 부드럽지 않고 단단한 손이 걸쳐졌다. 그럼에도 손등은 희고 푸르니 흰 것은 살갗이고 푸른 것은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관이었다. 심장에서 너무 먼 탓에 푸르고 만 길을 따라가면 깊은 곳에 쿵쿵 뛰고 있는 심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았다. 동굴 안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종잡을 수 없는 울림처럼, 둥, 하고 북소리처럼 울릴 그 소리도. 울림도.
간만의 휴일은 눈을 다시 감고 잠들어도 좋았지만 그 애는 그의 목소리로 말미암아 의식을 붙드는 듯했다. 그럼에도 반쯤 감은 두 눈엔 당연히도 그밖에 없을 형상이 비치고 있었고, 눈에 비친 그것은 깊숙이, 심장에도 닿을 터였다. 다시 잠들지는 않았지만 바로 대답하지도 않은 그는 잠시간의 침묵 후에야 드디어 입을 열었다. 대답하는 대신 되묻기를 택하는 연인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목 가운데 툭 튀어나온 울림은 굵고, 거칠고, 평소보다 깊다. 어릴 적엔 좀 더 가늘었을까. 그러나 그는 알지 못한 과거를 부러워하는 대신 그만이 알 지금을 즐기는 편이었다. 제가 한 질문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대답과 다름없는 질문에 대답하며 그는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응. 내는 잘 잤다. 토비오 군과 함께라서. 덧붙이는 말은 진심이었다. 시차가 다 무언지. 같은 낮을 공유하고 밤을 함께하는 시간만큼 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없음을 이 기회에 잘 알게 된 그였다.
어디에든 갈 수 있는 휴일에 서로의 곁에 있기로 한 그들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바다를 보러 와 있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에 세워진 펜션.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그들만이 거닐 수 있는 모래밭이 조그마하니 주어져 있었다. 그곳의 조약돌들은 거친 면이 모두 닳아 만질만질했다. 지난 낮에 보고 만져 알게 된 사실이었다. 손 안에 가두고 굴려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손은 다른 무엇보다 조금 더 특별한 면이 있었고, 지금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밤에는 함께 별을 보았다. 팔짱을 끼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낮에 주운 하얀 조개껍데기가 몇 개 손가락 사이에 걸리며 지나간 한낮을 일찍부터 추억하게 했다. 작은 조약돌도 함께였다. 평소 같지 않은 행동을 하고 만 까닭을 되짚어보면 조금은 연인들이 흔히 한다는 행동을 따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러고 싶은 동기를 이끄는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주인 없는 공을 발견하여 몇 번 튕긴다는 것이 수 시간을 훌쩍 보내고 말았지만. 즐거웠으니 된 게 아닐까.
아마도.
주고받는 시간 속에 해가 떠나니 달이 뜨며 별이 빛나고 밤이 되었다.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와 있었다.
아침이었다.
지금이었다.
희게 오르내리는 먼지가 가물대는 그들의 눈앞에서 나풀거렸다. 속눈썹이 태어난 바대로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이나 몸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는 그 애의 눈꺼풀 위로 입술을 찍는 방식으로 그 애의 눈을 다시 감겼다. 그 뒤엔 입술끼리 부딪쳐 누르다 떨어뜨리고, 눈을 감아도 감색으로 칠해진 눈꺼풀 안쪽에 어렵지 않게 그 애를 그려 넣었다.
이대로 좀 더 오전을 만끽해도 좋을 것 같은 휴일 오전.
안 될 거야 없었다.
마른 입 속에 금빛 햇살을 녹여 밀어 넣으니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사양하지 않을 만큼의 단맛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여름 한 철 태양을 닮아 긴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는 어느 꽃을 연상하게 하는 샛노란 빛이 아침 인사를 건넸다. 여름내 이 빛을 쌓아둔다면 겨울이 개이고 봄이 틀 때까지 무리 없이 온기를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황색 코트를 박찰 때여야지 트여오는 숨을 여유롭게 쫓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닐 리 없었다.